자우림 미니앨범 - 제목 없는 음반 (Untitled Records) - ![]() 자우림 노래/Mnet Media 한 줄 평 : 우리들의 일그러진 어둠. Track List 1. Magnolia 2. Glitter 3. Dew 4. 나사(螺絲) 5. 꿈속의 연인 6. 숙취(宿醉) |
M군은 최근 한국 음반시장에 자리잡은 미니앨범이나 싱글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곡 수에 비례해 보았을 때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3~5곡 정도 넣어놓은 모 아이돌 가수의 미니앨범의 정가가 무려 만 이천원?! 이건 뭐 정규앨범은 이만원도 뚫어넘을 기세일세?! 그렇다고 앨범의구성도가 그리 만족스럽지도 않아?! 차라리 이럴거면 음반을 안내는게 답이 아닌가? 소속사의 이런 상술은 제발 그만! 그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작년 10월 자우림의 미니앨범이 나왔습니다. M군은 미니앨범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자우림에 대한 ![]()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귀에서 헤드폰을 억지로 때네었습니다. 딱히 음악이 싫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듣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듣지 않았다가 시간을 두고 조금씩 다시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앨범이 무거울정도로 어두워서 그 당시 받아들이기엔 버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리뷰를 이제서야 올리는 건 본인의 '개인사정'이 조금 더 크긴 하지만요(웃음)] 자우림.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한 사람의 조울증 환자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듭니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드나들며 노래하는 그들은 무서울정도로 자신들의 감정에 철저합니다. 특히 '김윤아'라는 보컬의 무한한 매력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상쾌하고 맑게 울려퍼지는 그녀의 음색은 밝은 노래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읆조리는 듯하면서도 허탈하게 마음을 울리는 독특한 창법은 어두운 감성을 노래하는데 있어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한다고 생각해요. 의도적이진 않다고 그들이 말은 하지만, 홀수에는 밝음을, 짝수에는 어두움을 내세우는 이들의 컨셉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앨범의 첫 인상은 그들 스스로도 'Untitled'(이름없음)라고 내세울 만큼 어둡고, 동시에 달콤해서 사로잡히기 쉽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무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슬픔, 분노,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땐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의 모습에 비추어 봐서,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이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없는 '無'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igur Ros'의 앨범 ()[a.k.a vaka - '아무것도 없음'이란 뜻입니다.]와도 닮아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은 '나사(螺絲)'입니다. 이 노래는 타이틀 답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노래입니다. 크게 따져 보았을 땐 관료제 사회가 만든 가장 큰 비극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것. "난 너아니면 안돼!"라고 외치는 만화나 영화 속 인물의 대사와는 다르게, 마치 부서진 나사를 갈아 끼우듯 나란 존재의 '효용적 가치'를 온전히 대신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 차가운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라는 읆조림을 들었을 때 저는 한국의 학구열과 맞물린 '치맛바람'을 떠올렸습니다. 이 시대의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을까요? 자기 만족?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아니면, '누군가'의 등쌀에 밀려서? 뚜렷한 목표의식의 존재여부를 떠나 그들이 마주할 사회의 단면은 그리 밝거나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누구나 사회 초년생에서 겪어봤을 쓰디쓴 맛, 바로 존재에 대한 '허무(虛無)'를 그들 또한 느낄 테니까요. 자기 자신또한 언젠가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김윤아가 이 노래를 불렀다는 점 또한 참으로 매력적인 아이러니가 아닌가 합니다. 그녀 또한 이 노래를 부르며 자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보지 않았나 생각해봐요. 많은 분들이 타이틀 곡 다음으로, 혹은 타이틀보다 더 선호했던 곡이 바로 이 노래, 'Glitter'였을 겁니다. 나란 존재 때문에 당신의 '반짝거림'이 가려진다면, 기꺼이 나는 내 자신을 포기하리라고 말할 때의 그 기분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선망(羨望)'하는 대상에게있어 한없이 덧없는 자신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이 노래는 암울한 코드 진행 위에 흩뿌려진 가사가, 절대 무의미하게 들리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꿈속의 연인'입니다. 한 앨범에 한두곡씩 보컬로 참여하는 이선규의 음색으로 찾아온 이 곡은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의 오르페우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마지막에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연인을 다시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음에 대한 자괴감으로 가득한 이 노래는 현실 속에서 더이상 찾을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상사(想思)'의 마음이 너무나도 강하여, 꿈에서도 온전히 만나지 못하는 듯 한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Magnolia라는 노래는 무언가를 '거부(拒否)'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무언가는 결국 우리에게 있어 비극이 될 것이지만 당신은 눈이멀어 이를 보지 못합니다. 그러니 난 당신을 어딘가에 묻어버릴 수 밖에 없어요." 자신이 바란 모습이 아닌 누군가와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한 채, 마음속 벽에 갇혀사는 누군가가 이 노래에 있습니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의도적인 잡음 때문에 더욱더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던 노래입니다. 숙취(宿醉)라는 노래 또한 굉장히 아픕니다.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 Dew라는 노래를 들었을 땐 굉장한 '체념(諦念)'을 느꼈습니다. 이 노래에서의 '이슬'이 가지는 의미는 양희은이 노래했던 '맑고 올곧은 아침이슬'과는 거리가 굉장히 멉니다. 쓰디쓴 입맞춤 가운데, 눈물로 가득찬 이슬 속엔 이유 모를 후회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 노래가 끝나기 직전, '넌 내 몸을 훑는다, 몸은 멀어져간다'라는 부분에서 '무기력함'이 그 절정을 이룹니다. 그들이 정의를 내리지 못한 이 앨범의 곡에는 각기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어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보다는 어딘가 '뒤틀려진'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뒤틀림의 정도는 자우림의 음악을 듣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겁니다. 각자가 가진 경험에 따라 가장 무섭고 가장 어둡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으로 변할 테니까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마치 '마음 한 자리에 깊숙이 숨겨 놓은 자기 자신의 어둠'과 대면하는 느낌이 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음악성 하나 만큼은 정말 좋았던 이 앨범 덕분에 미니앨범에 대한 M군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가격'에 걸맞는 음악이 나온다면, 그것 또한 괜찮겠구나 하고요. 정규앨범으로 나왔다면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습니다. 그 일그러진 어둠의 무게가 이 이상 무거워진다면, 쉬이 감당할 사람은 몇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ps. 꿈속의 연인을 부른 것이 이선규씨인지는 단순한 제 추측임을 밝힙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아시는 분께선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http://hihihi1987.tistory.com2010-03-12T23:2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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