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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보다 2010/04/24 15:44
달콤한 나의 도시달콤한 나의 도시 - 8점
정이현 지음/문학과지성사

한 줄 평 : 현실이 달콤하지 않더라도, 살아가줘. 
              의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듯이.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자신도 읽고 싶다고 말했던 '지인'에게 써준 편지의 일부입니다. 기억에 의존한거라 내용이 달라질수도 있습니다...(3초기억력이 가족 내력...[?!])



<달콤한 나의 도시>는 나의 경우엔 드라마로 먼저 알게 된 작품이야. 여자 주인공이 최강희였던가? 꽤 좋아하거든. 물론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아마 은수와 태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을 꺼야. 자유분방한 연애의 모습중 하나이자 세대 간 윤리적 견해차이를 보였던 '동거'란 이슈는 그 당시 주목받기엔 더할 나위없었을 테니까. 

단순히 칙릿(Chicklet)이라고 치부하기엔 나에겐 그리 달게 읽히진 않았어. 이 소설에서 그려진 현실은 염세주의에 가득찬 사회비판보다 정확히 현실을 그려내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살아가는 한, 방황한다고 한다.
 

이건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 중 하나야. 그리고 이 문제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 또한 가지각색이지. 누군가는 새로 시작하고, 누군가는 꿈을 포기하고, 또 누군가는 도망치기도 해.
 

달콤하지만은 않은 도시, 서울에 살아가는 주인공 오은수는 이 문제 앞에서 어떠한 선택도 하려하지 않아. 20대가 되면 어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리라는 환상은 깨져버린 지 오래야. 하물며 30대가 되어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지도 몰라. 뉴스와 신문에서만 보던 도시의 사건사고 이야기, 교과서로만 봐 왔던 동거, 청년실업, 이혼과 같은 사회적 현상, 웃사람을 통해 듣기만 하던 인간관계, 회사생활, 결혼 등은 곧 피부로 체감할 만큼의 가까운 현실로 다가온다. 88만원 세대, 청년 실업자, 미혼의 30대 여성의 꼬리표를 단 그녀가 마주한, 그리고 우리가 곧 마주할 그것들 앞에서 튀지도 않고 벗어나려 하지도 않는, 대다수가 영위하는 미적지근하고 평균적인 삶을 그녀또한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죽어버린 인생일지도 모르겠어.


내가 남자라서 그런걸까? 난 이 책에선 주인공인 은수보다 태오가 더 끌렸어. 연상녀라면 누구나 꿈굴 판타지 속에 존재할 법한 연하남, 20대 초반의 남자라면 한번쯤 목표로 삼았을 롤 모델(Role Model).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고 솔직한 남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기와 열정을 가진 25세의 청년, 계획없이 아무렇게나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어린 왕자, 위험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사랑하나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는 로맨티스트. 이 시대의 자유주의자, 보헤미안. 그를 볼 때면 못마땅하다가도 순식간에 부러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돼.

누구나 그런 시간이 없었겠냐마는, 난 그리 행복하지 못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것 같아. 어딘가에 빨려들어가서 한없이 가라앉다가 숨막혀서 눈을 뜰 때쯤 아침은 시작되어있고,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아니 사는게 아니라 살아지는 하루하루로 구성된 시나리오. 그런 삶속에서 나도 모르게 환상을 꿈꾸고 있었나봐. 대학교를 가게 되면 조금은 다른 삶이 있지 않을까 하고. 미칠 듯이 누군가에게 빠져서 사랑을 속삭일 나날들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의지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내 안의 자유를.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그런 꿈과 너무나도 멀어져 있어. 연애와 사랑과 섹스? 원나잇 스탠딩조차 나에겐 사치에 불과해. 학점? 부끄럽지만 학고만 겨우 면하는 수준이야. 내 안의 자유? 어딘가에 얼매여 있는 부담감은 왠지 쉬이 떨쳐지지 않았어. 결국엔 그렇게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의 내가 지금 여기에 있네. 그 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태오와 같은 멋진 삶을 동경하다가도, 그와 같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걸 보면, 난 너무 빨리 늙어버린 걸지도 몰라. 웃기지? 은수는 서른 한 살에 이런 생각을 했는데,  스물 넷인 나는 벌써부터 세상 다 산듯 체념하는 걸 보면. 


S.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 중 하나를 건져서 물어보고 싶어. 너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 아니, 질문을 바꿀께.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래. 이 질문에 정답은 없을꺼야. 삶이란 게 1+1=2인 것도 아니고, 어느 퀴즈 프로그램처럼 쾌활하게 '정답입니다!', 혹은 찡그리며 '틀렸습니다~'라고 말해 줄 사람 누구하나 없겠지. (결국은 남일테고, 자기 인생 살아가기 바쁠테니.)


그래도 난, 내/네가 있는 힘껏 살아줬으면 해.


마주할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서 싸우라는 건 아니야. 다수로 구성된 사회 앞에서 개인은 무력해. 은수도 그 부조화와 맞설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어.(하지만 실제 삶이라면... 노력은 해야겠지?[웃음]) '평범하게' 아니면 '특별하게' 나뉘어질 살아가는 방법들 중 하나를 택하라는 이야기도 아니야. 은수는 이 두가지를 다 경험하는 행운을 가졌지만, 어느 하나에도 만족할 수 없었어. 영수를 통해 그녀가 마주한 평범함엔 거짓이 숨어있었고, 태오를 통해 다시 만난 특별함엔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었지.


자신이 마주한 삶의 모습에서 은수가 한 일은 단지 하나 뿐이었어. 의연하게 다시 일어서는 것.  비록 휩쓸리긴 했어도, 소설 속의 2년 동안 은수는 그녀가 사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였어. 자신에게 닥쳐온 괴롭고 슬픈 일들 앞에서 그녀는 허탈해하며 좌절하다가도, 어느 샌가 훌훌 털어내고 다시 걸어가고 있어. 산다는 건 카라멜을 먹는 것과도 같은지 몰라. 설탕의 달짝지근함과, 가성소다의 쓴맛이 동시에 담겨있는. 계속 먹기엔 부담스러워도 언젠가 다시 찾게되는 기호식품. 20대가 되어도, 그리고 30이 지나서도, 아마 크게 변하지 않고 달라지지 않을 방황 속에서 중요한 건 '내가 살아간다'는 사실. 그것일지도 몰라.


언젠가 들었던, 혹은 읽었던 말이 떠올라.

네가 방황하는 이유는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방황하고 있을지라도, 너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자신을 만들어 준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마. S. 의연하게, 꿋꿋하게 그렇게 살아줘. 꼭.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꺼야.



ps. 나 글쓰는 레퍼토리가 그리 다양하지 못했구나. 어떤 책을 보더라도,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어떤 그림을 보더라도 방황, 슬픔, 우울함, 불안. 그런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게 되었어. 좀더 다양한 걸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지도.

http://hihihi1987.tistory.com2010-04-24T06:42:50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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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