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그 날이 왔습니다. 저 전역해 버렸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덧 저도 '예비군'이 되었군요. 사실 아직도 실감은 잘 나지 않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게 다 꿈이고, 어머니께서 저를 깨우시며 다시 약복을 챙겨입고 부대로 들어가야 할 채비를 하고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저보고 너는 전역하는 것 같지 않다며, 나중에 하사로 진급해서 다시 들어올 것만 같다고 말하더군요.
나오자마자, 크게 숨 한번 들이쉬고 소리 한번 질러줬습니다. 그리고는 울었습니다. 조금은 서럽게, 하지만 시원하게. 제 안에 쌓아놓은 슬픔, 아픔, 분노, 상처들을 다 보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아, 2년동안 저는 솔직하게 살았던 날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플 때 울고 싶었던 날들,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싶었던 날들, 그때 저는 웃는 것 밖에 할 줄 몰랐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 국가의 의무라는 명목 아래 월 1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아가며 업무를 해나가면서, 저는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나 봅니다.
군생활속에서 저는 조우했습니다. '나'라는 개체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본성을 말이에요. 언제나 열심이었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배려할 줄 알며, 밝게 웃어줄 수 있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가식적이며, 신경질적이고, 매사를 귀찮아하며, 건성으로 일하는 제 모습이 그곳에, 그 시간에 존재했습니다. 가끔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시간까지의 경험이, 후일의 제 자신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원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을까? 어느 것이 진정한 내 모습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봅니다. 군생활은 제가 의식하고 있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주었고, 동시에 저는 그동안 '계획'과 '목표설정'을 통해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익혔습니다. 일과 후, 그리고 외박과 휴가 때 보내었던 '휴식'이라는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업무' 때문에 더더욱 소중하고 값진 무언가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자격증이나 제가 하고싶었던 공부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서 무언가를 실천해본 건 군에서 처음으로 해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이루어나간다는 성취감은 너무나도 보람찼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의미있었던 건 사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제 성격은 언제나 4차원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수와 친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체생활을 하며, 그리고 제가 조금은 꺼려하는, 소위 '마초'에 가까웠던 사람들과 생활하며 충돌했던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싸울 뻔한 경우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진실된 모습으로 만나 같이 웃고, 무언가를 나눌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헤어짐이 너무나 아쉬운 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서로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연락을 주고받긴해도 언젠가 끊어질 누군가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눈감기 직전까지 연락할 사람도 있겠지요. 어떤 형태로 앞으로의 관계가 변해가건,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느끼면서 저를 떠올리게 된다면, 저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그리워 해 준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전까진 전 계속연락할꺼에요! 아마...]
욕심부리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힘들긴 했어도, 이정도면 분명히 시간낭비는 아니었겠지요. 제가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얻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울께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요. Osan Air Base, AFOC에 작별을 고하며.
ps. 덧붙여서, 이 글을 보고계시는 분들 중에 공군 665기가 있다면, 함께 전역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형태로 이 날을 맞이했건, 우리는 해냈습니다!
ps2. M군 및 공군 665기의 전역일은 8월 5일입니다. 개인사정상 포스팅이 늦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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